수요일터예배

잠언 16:16 “지혜를 얻는 것이 금을 얻는 것보다 얼마나 나은고 명철을 얻는 것이 은을 얻는 것보다 더욱 나으니라”

평소 퇴계 이 황 선생은 집안 자제와 제자들에게 ‘가난할수록 더욱 즐길 수 있어야 한다 貧當益可樂’는 말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이 말은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가난하면서도 즐겁게 사는 것’(貧而樂)에서 유래한 듯합니다. 당시 자공이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사는 것은 어떠합니까?”하고 물었을 때, 공자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즐기는 것보다는 못하다” 라고 답했습니다. 퇴계는 공자의 이 표현을 한층 더 강조해 “가난할수록 더욱 즐길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로 바꾸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퇴계는 아들 이준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했습니다.

“가난은 선비에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어찌 마음에 두겠느냐? 너의 아비는 평생을 이로 인해 남의 비웃음을 받아왔다. 다만 굿굿이 참고 순리대로 대처하면서 스스로를 수양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

선비의 가난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랬던 까닭에 퇴계는 ‘寒儒’라는 말을 즐겨 썼습니다. 아울러 “산은 깊을수록 좋고, 물은 멀수록 좋으며, 글씨는 맛이 있어야 하고, 사람은 가난한 데서 낙樂이 있다”라며, 가난을 삶의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항간에는 퇴계가 처가(전처 김해 허씨, 후처 안동 권씨)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아 비교적 넉넉한 살림을 꾸렸다는 주장도 있지만 퇴계의 삶 자체는 늘 궁핍했습니다. 실제로 퇴계는 풍기군수로 있을 때 아들 이준에게 갓과 신발이 모두 낡았으니, 집에 남아 있는 무명을 인편으로 보내달라는 편지를 쓴 바 있습니다. 또 서울에 있는 손자 이안도에게 자신은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털옷이 없으면 겨울을 나기 힘든데, 지금 입고 있는 20년 된 털옷이 해져버렸지만 새로 구입할 돈이 없으니 베 몇 필이면 털옷을 살 수 있는지 가격을 알아봐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퇴계는 1548년 1월 단양군수에 부임하여 약 10개월 동안 근무한 뒤 그곳을 떠날 때 짐이라곤 두 궤짝의 책, 입던 옷, 손수 주운 수석 두 개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한유로서 퇴계의 삶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당시 동시대의 대학자 권철(1503-1578)이 찾아온 바 있습니다. 이분은 권율 장군의 아버지이자 백사 이항복 처의 조부였습니다. 1534년에 문과급제를 해 훗날 우의정(1565), 좌의정(1567), 영의정(1571)을 두루 거쳤으며, 특히 곧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했습니다. 그는 퇴계에 대한 추앙심을 가슴에 품고 있었습니다. 제자 우성전의 회고입니다. ‘선생(퇴계)이 일찍이 서울에 올라와서 서성(西城) 안에 우거했는데, 지금의 좌상인 권공(권철)이 찾아뵈었다. 선생이 밥을 차려 대접하는데 반찬이 담박해서 먹을 수가 없었으나, 선생은 마치 진미인 냥 조금도 먹기를 꺼리는 기색이 없었다. 권공은 끝내 먹지를 못하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입버릇을 잘못 길러서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매우 부끄럽다” 했다.’ 고 적고 있습니다.

퇴계가 이렇게 검소하며 가난을 지향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성리학의 가르침을 배워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선비로서의 사명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그는 금이나 은을 탐하지 않고 성리학의 가르침을 중요시 하였습니다. 논어, 맹자, 주역, 대학 등 유교의 경전이 그를 이렇게 살아가도록 인도하였습니다. 퇴계는 결국 1571년 자기 무덤에 조그마한 비석을 세울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죽었습니다. 그러나 고봉 기대승은 이런 글을 적어놓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 산도 허물어져 낮아지고 돌도 삭아 부스러지겠지만 선생의 명성은 하늘과 땅과 더불어 영원하리라” 일반 계시인 성리학을 연구하여 거기서 나온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학문에 정진한 퇴계는 그 이름을 천고에 남겼습니다. 우리는 어떻합니까? 불완전하고 인간이 자연계시에서 뽑아낸 성리학이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를 읽고 행함으로 그리스도의 형상을 마음에 담아야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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