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2: 29-34
네팔에 의사로 파송된 양승봉 선교사님은 자신의 자서전인 “나마스떼 양”에서 1995년 12월 경 처음 만난 기무라 선생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네팔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되어 기무라 선생 부부는 한국인 양승봉 선교사 내외를 자신의 집에 초청했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일본이 한국에 대해 저질렀던 죄악을 회개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참 보기 드문 일본인이었습니다. 이후 기무라 선생은 네팔에 의료 선교사로서 7년을 봉사하시고 일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분은 뛰어난 병리학자이자 의사로서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고 일찌기 많은 연구 업적을 쌓아 미국의 병리학 교과서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습니다. 대학쪽에서도 종신교수와 비슷한 제안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네팔로 선교사를 오신 것은 10대때 마음에 담은 약속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네팔에서 일하는 선교단체의 활동보고 모임에 참여했다가 한센환자의 사진을 보고는 그 충격에 이 소년은 의사가 되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저 끔찍한 고통에서 단 한 명이라도 건져주고 싶었습니다. 어려운 의과대학 시험을 치룰 때도 뜻이 바르면 하나님께서 외면하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걱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면접을 치르는 자리에서도 천사들이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기에 합격을 자신 하는가 라는 면접관의 물음에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목표가 분명했으므로 의과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으나 진로는 제대로 풀려가지 못했습니다. 기무라는 외과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큰 병이 걸려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비록 회복이 되었으나 외과의가 될 체력은 안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해부병리학을 선택하였습니다. 그 이후 해부병리학의사로서 모든 열정을 쏟아 30여년 동안 수 많은 연구, 진료, 강의로 몹씨 바쁘게 지냈습니다. 결국 어린시절의 약속은 잊어버리고 살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네팔에서 날아온 한 통의 뉴스레터가 잊혀진 약속을 되살려 냈습니다.
해부병리학의 전문가가 절실했던 네팔의 UMN은 뉴스레터에 간곡한 호소를 담아 여러 차례 전세계로 보냈습니다. 일본에도 기무라 선생이 몸을 담고 있던 JOCS(japan overseas Christian Service)에도 여러차례 들어왔으나 담당자가 그냥 읽고는 버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크리스천의 숫자가 많지 않은 일본에서 “누가 가랴?” 싶었던 것입니다. 사실 일본 전국을 통털어 크리스찬 병리학자가 오직 두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담당자가 바뀌자 소식은 부인 수니타씨에게 먼저들어 갔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편지를 넘기면서 “이제 하나님께 한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라고 아내는 말하였습니다. 기무라 선생의 귀에는 이 말이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들렸습니다. 잊고 있던 옛 약속이 되살아 났습니다. 이때는 이미 어느대학으로부터 종신 교수 청빙을 받아놓은 상태였지만 망설이지 않았으며, 동료들이 붙잡고 병원 당국이 말려도 굳은 결심을 돌려놓지 못했습니다.
기무라 선생은 가진 돈을 톡톡 털어서 병리학 연구실에 필요한 의료기구들을 사들였습니다. 집 한칸 없으면서도 장비를 구입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설비들을 토대로 파탄 병원에 병리실을 꾸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무라 선생의 병리실은 네팔에서 가장 많은 표본을 검사하고 진단을 내리는 기관이 되었습니다. 매년 8천건 이상의 표본들이 선생의 손을 거쳐 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한 적도 있습니다. 전자현미경을 구입하기로 하고 예산을 짜 보니 3억원이 필요 하였습니다. 그래 1년에 3천만원씩 모아 10년 후 구입 계획할 계획을 세우고 첫해는 친구들의 후원금 등으로 3천만원을 모금하였습니다. 그러나 둘 째해가 되었을 때 일본 대학이 신품을 구입하면서 그동안 쓰던 전자현미경을 기증하도록 결정하였고 그 대신 기무라 선생 쪽에서 기계를 해체해 운반해 가라고 하였습니다. 기무라 선생은 기계를 해체해 네팔로 옮겨오는 비용과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냉방기와 보조기기를 구입하는데 정확히3천만원이 들었고 이를 이미 모금한 돈에서 지출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셈법과 인간의 셈법이 이와같이 틀린 것입니다. 지금은 아마 은퇴하였을 것입니다만 2000년 중반에 양선교사가 만났을 때 은퇴 준비는 해 놓았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기무라 선생의 입에서는 연금이니 통장이니 하는 소리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몇마디 했을 뿐인데 그게 아직도 양선교사의 마음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양 선생,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살아가는 데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